금융/CPA

내가 CPA (공인회계사 시험) 포기한 이유

히비스커스레몬 2021. 12. 6. 15:32
반응형

0. 자기소개
우선 간단하게 필자의 소개를 해보겠다.
학력은 중경외시 경영학과. 이십대초 여자이다.
워낙 학교가 CPA를 밀어주기도 하고 코로나때문에 학교생활을 못하게되어 CPA진입을 자연스레 생각하게 되었다.
2학년 2학기부터 관련 학부수업+ 중급회계 CPA 인강을 수강하며 적성에 맞는가에 대해 고민해보았고
학점도 나쁘지않게 나오길래 진입을 결정했다.

2학년을 마친후에는 하루 10시간씩 전업으로 공부에 집중했고, 10개월정도 수험기간을 보낸 후 CPA를 포기했다.
이 글들은 "나의 포기에 대한 정당화+수험기간의 깨달음+진입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 정도의 의미를 가진다.
이사람은 이렇게 생각했구나~정도로만 받아드리고 아무쪼록 좋은 선택을 하길 바란다.

1.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 쳐맞기 전까지는...
가끔 회동을 보면 미래계획을 올리면서 초시동차로 합격하고~이후엔~ 이러고 있는 사람들이 있던데..
정말 초시동차할 사람은 그 시간에 공부하고 있다...
금감원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평균 합격기간이 4.5년이라고 한다.
이것도 주의해야할게 <평균><합격>기간이다.
고등학교때 배운 정규분포의 종모양 그래프를 생각해보자... 왜 당신이 왼쪽 끝에 있을거란 생각을 하는가?
가운데에 있을 확률이 훨씬 높으며 오른쪽 끝에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심지어 이것은 합격자들의 그래프이다. 당신이 이 그래프의 표본에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물론 회계사가 된 내모습, 너무 멋있고 공부의지가 불타오른다.
그러나 그 의지를 유지하기 위해선 현실을 제대로 보고 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약 3년정도의 수험기간을 생각하고 진입을 하였는데, 공부하면 할수록 "과연 이게 3년안에 가능한가"
"재시유예로 유탈한다면 어떻게 하나"등에 대한 불안감이 너무 심해져 CPA공부를 포기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시험은 공무원 시험과 달리 진입자들의 학력도 높은 편이고 허수가 적은 편이다.
그러니 "나는 다를거야~"라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데이터만을 통해 객관적으로 진입을 고민해보기 바란다.

특히 요즘에 코로나+취업난+비대면수업 대환장 콜라보로 응시자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필자는 19학번인데...위아래학번 모두 (체감상 2/3? 근데 이건 우리학교가 좀 심하긴하다...)
엄청난 인원이 CPA 공부를 하고 있다...중앙도서관에 가면 정말 모두가 js-40b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다...

...이렇게 쓰고보니 너무 암울한가 싶긴하다
초반에도 언급했듯이 이건 나의 포기에 대한 정당화임을 알아주기 바란다...ㅎ
나는 이 시험에 3년 이상의 시간을 쏟아부을 자신이 없어서 발을 뺐지만,
내 동기중 한명은 자신에게 길은 회계사 뿐이고 유탈을 한다해도 몇번을 재도전할 각오가 되어있다고 한다.
이 정도의 각오를 갖고 있는 사람이야말로 이 장기레이스에 적합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주저리주저리 썼지만 회계사가 정말 매력적인 직업임에는 틀림없다.
CPA수험시장에 진입함으로서 내가 얻는 것과 내가 잃는것, 가능성과 이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을
희망회로 돌리지말고 객관적으로 생각해보고 진입해보길 바란다.
그리고 분명히 말하지만, 이건 "니가 합격할리 없으니깐 포기해!"가 아니라
"이러이러한 힘듬이 있음을 정확히알고 진입해!"이다.


2. 중요한건 지속가능성이다.
흔히 말하는 "고시는 엉덩이싸움이다" 처럼 하루에 몇시간 이상 공부해야 한다라는 뜻은 아니다.
더 중요한게 있다. 윗내용과 일맥상통한 내용이긴한데, 이 공부를 포기하지 않는것이 제일 중요하다. 이 공부는 정말 생각하는 것보다 더디게 숙련된다...
근데 그럴수 밖에 없는게... 한번 공부해야하는 과목을 살펴보자.(과목분류기준은 학부수업기준이다.) 중급회계,고급회계,원가회계,관리회계,정부회계,법인세법,소득세법,부가가치세법,국가기본법,기업재무,투자론,국제재무관리,미시경제학,거시경제학,국제경제학,상법,경영학(마케팅,인사,조직관리,경정시,생산운영관리,경영과학,품질경영) 등등...

심지어 우리학교에선 중급회계(1),(2)이고 경영학은 목차별로 3학점짜리 수업이 각각 존재한다.
게다가 경제학은 경제학과수업이고 상법(1),(2)는 공공인재학부 수업이다!


이 수많은 과목을 보라... 이 많은 커버리지를 다 공부하고 암기해야하기 때문에 실력이 매우 천천히 오른다.
이에 수반되는 자괴감과 불안감이 정말 엄청나기 때문에,
이에 잠식당하지 않고 꾸준히 공부할 수 있는 멘탈이 정말 중요하다.

이런 지속가능한 공부를 하기 위해 정해진 방법이란 없다.
이건 정말 개개인마다 그 필요와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해 잘 알아보고 맞춰나가자.
(절대 남을 기준으로 삼지말것!)

자신이 n년동안 유지할 수 있는 페이스를 파악하고,
멘탈을 단단히 붙잡으면서 하루하루 실력을 쌓아나가는 것.
이것이 합격하는 회계사 수험생활이라 생각한다.

3. 날 포기하게 만든건 나였다.
마지막으로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자기혐오를 하지말자.
자기혐오가 나태를 낳고 나태가 자기혐오를 낳는 악순환,즉 슬럼프가 오기 때문이다.
이런 슬럼프가 빨리 끝나면 좋겠지만, 필자의 경우 정말 몇달이 지속되었고 오히려 그 정도가 갈수록 심해졌다.

본디 예민한 편일것이라 생각할 수 있을것같아 말하건데,
필자는 무던한 성격+어떻게든 되겠지+약간의 근자감 의 소유자로, 자기혐오와는 거리가 먼편이었다.
하지만 이 시험은 이런 나조차 자기혐오에 빠지게 만들었다..^^

11월말 나는 자존감이 무너졌고, 할수 있나? 이게 맞나?라는 생각에 사로잡혀버렸다.
쉬는것도 죄악이고 카페에서 공부하는것도 죄악이라고 느껴졌고,
운동하는 것도 죄악이고 노래를 듣는것도 죄악이라고 느끼게 되었다.

결국 필자는 더이상 이건 아니다 싶어 GG치고 나왔다.
미련이 없다고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자기혐오를 다루지 못하는 이상 어처피 합격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이제와서 무엇이 최선의 선택이었는지가 무슨 소용일까.
나는 이미 선택했고 삶의 방향은 바뀌었다.
이젠 비록 다른 방향이지만 열심히 나아가야지.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아무쪼록 좋은 결정하기를 바란다. 화이팅!

반응형

'금융 > CP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씨파생들 수고했어요  (4) 2022.02.27